일과 사람들

컴투스 게임 시나리오

누구나 자신만의 사연이 있듯이 모든 게임에는 스토리가 있다. 아주 가벼운 캐주얼 게임에서부터 방대한 세계관의 RPG 장르들에 이르기까지 스토리가 없는 게임은 없다. 그 스토리를 통해 우리는 캐릭터와 소통하며, 게임 기획자의 의도를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를 느끼게 된다. 컴투스에서 시나리오 파트를 맡고 있는 김혜현 책임을 만나 게임 스토리의 세계를 탐구해본다.

기자 : 안녕하세요, 먼저 간단하게 소개 부탁 드려도 될까요?
김혜현 : 안녕하세요. 센트럴 시나리오 파트에서 근무 중인 김혜현입니다. 엄청나게 부담스럽고 걱정되긴 하지만 잘 부탁 드립니다.

기자 : 저는 개인적으로 시나리오 파트가 생소한데, 시나리오 파트에서는 주로 어떤 일을 하시는지요?
김혜현 : 개발 TF에서 필요로 하는 게임 세계관이나 설정을 정립하고 스토리를 만드는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TF의 요청과 별개로 웹툰이나 카드뉴스 같은 콘텐츠를 기획하기도 하고요. 또, 홍보
팀과 함께 컴투스 글로벌 게임문학상을 진행하고, 수상작들을 편집해 무료 출간하는 작업도 하고 있어요. 간혹 사내·외 행사 기획에 참여하거나홍보 동영상 콘텐츠 제작에 필요한 영상 콘티 작
업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전반적으로 요약하자면 인-게임 콘텐츠를 포함한 다양한 콘텐츠를 R&D하고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기자 : 그렇군요. 독자들이 가장 궁금해 할 만한 게임 스토리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보죠. 모든게임에는 시나리오 혹은 스토리가 있나요? 또, 이러한 스토리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요.
김혜현 : 우선 질문하신 시나리오가 퀘스트로 대변되는 플레이 시나리오를 말씀하시는 것이라면 장르나 게임이 추구하는 목적에 따라 존재하기도, 그렇지 않기도 해요. 게임의 스토리와 시스템
이 결합된 전형적인 스토리 콘텐츠는 게임 안에서 사용자를 이끌어주는, 플레이 목적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죠. 그런데 시나리오를 포함한 넓은 개념에서, 질문을 스토리로 바꿔서 다시 한번 대
답하자면 모든 게임이 스토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웅장하고 압도적인 서사든, 아기자기하고 소소한 이야기든, 모든 게임은 그들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죠. 스토리는 다양한 콘텐츠와 결합하
고 게임 속에 녹아들어 사용자가 게임에 몰입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최근에는 게임의 스토리를 기반으로 다양한 콘텐츠들을 제작하는 경우도 많은데, 게임 외적으로 IP를 대중에게
각인시키고 인지도를 높이는 가장 좋은 수단이 바로 이야기이니까요.

기자 : 아! 게임 시나리오와 스토리가 어떤 것인지 이제 조금 더 이해가 갑니다. 그러면 게임 스토리를 만들어나갈 때 중요한 점은 뭘까요? 여러 포인트가 있을 것 같은데요.
김혜현 : 무엇보다도 게임의 시스템과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조화롭지 못하면 게임을 플레이하는 입장에서 재미도, 몰입감도 가질 수가 없으니까요.

기자 : 아무리 좋은 스토리라도 그 게임과 어울리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다는 말씀이군요. 게임 스토리는 다른 스토리 기반 콘텐츠의 스토리와 어떤 점이 다른가요?
김혜현 : 다른 스토리 기반 콘텐츠와 게임의 가장 큰 차이점은 스토리가 메인이냐 아니냐 하는 것 인데, 소설이나 만화, 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 같은 콘텐츠는 스토리 자체가 목적인 수동적인
콘텐츠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요즘 ‘인터랙티브 필름(예를 들면, 넷플릭스의 ‘블랙미러: 밴더스내치’)’처럼 새로운 방식을 도입한 장르들이 시도되고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콘텐츠를 소
비하는 목적이 달라지는 건 아니죠. 하지만, 게임은 ‘플레이’가 목적인 능동적인 콘텐츠죠. 결국 게임의 스토리라는 건,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용자에게 재미를 북돋아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
각해요. 그래서, 사용자가 ‘이걸 왜 해야 하지?’라는 의문을 품게 될 때, 이야기를 통해 해답을 찾고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작업을 해요.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는 이유
혹은 ‘시스템의 기반을 스토리로 뒷받침해줄 수 있는가?’라는 부분에 초점을 맞추는 거죠. 게임의 스토리가 다른 콘텐츠의 스토리와 결을 달리하는 건 아니지만, 그걸 표현하고 녹여내는 방식과 관점 등에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겠네요.

기자 : 좋은 답변 감사 드립니다. 혹시 참여했던 작업 중 특별히 스스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업물이 있을까요? 반면에 가장 힘들었던 작업물이 있다면요?
김혜현 : 어려운 질문이네요. 사실 전 제가 참여했던 모든 작업물을 좋아해요. (하하하~) 메인 작업자가 되어 처음으로 구축한 스토리나 제가 작업한 세계관과 스토리를 기반으로 출간된 판타
지 소설도 기억에 남고, 국내•외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거나 작업하면서 동료들이 특히 좋아했다거나 하는 정말 다양한, 나름의 이유를 붙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사실 이런 것들은 부수적인 이
유이고, 모든 작업이 항상 어렵고 힘들기 때문에 결과나 성과에 상관없이 애착을 갖게 되는 것 같아요. 물론 창작이라는 게 어떤 장르에서 건 어려운 일이겠지만, 게임은 다른 콘텐츠보다 훨씬 제
한적인 상황 속에서 내러티브를 구축해야 하는경우가 많기 때문에 더 어렵게 느껴지는 것 같고, 그래서 뿌듯함도 큰 것 같아요.

기자 : 멋진 답변이었습니다. 이렇게 들으니 저도 저의 모든 작업물을 더욱 사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앞으로 게임 스토리 분야에서 일하고 싶은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김혜현 : 사실, 스토리 혹은 콘텐츠를 제작하는 일은 정답도 정도도 없는 분야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어떤 공부를 해야 한다, 혹은 어떤 기량을 쌓아야 한다는 틀에 박힌 말씀은 드리고 싶지 않
아요. 다만, 무엇이든 많이 해보셨으면 좋겠어요. 여행이든 운동이든 독서이든 취미 생활이든 문화 생활이든, 그게 무엇이든지요. 특히 다양한 콘텐츠를 소비하는 데 인색해지지 마세요. 요즘 유행
하는 것들, 이슈가 되고 있는 다른 콘텐츠를 일부러 시간을 내서라도 직접 보고 느끼셨으면 해요. 게임을 많이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게임만 잘 아는 사람은 되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콘텐
츠를 개발하는 사람들의 기본 소양이라고 할 만큼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소비자로서의경험이 부족하고 편협한 시각을 가진 사람이 어떻게 다른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콘텐츠를 만
들 수 있겠어요? 각각의 경험들은 종류가 전혀 다른 퍼즐 조각처럼 무질서하게 쌓이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작업하다 보면 그 퍼즐 조각들이 모여 결국 생각지도 못했던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
들어내는 경험을 하게 되실 거예요.

기자: 끝으로 소감 한 마디 하신다면요?
김혜현 : 인터뷰에 참여하게 되어서 즐거웠고, 영광이었습니다.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행복하고 뿌듯한 2019년 보내시길 바란다는 말씀도 전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