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 없는 세상을 꿈꾸는 특별한 소통
보이지 않는 세상을 보여주는
‘점자책 만들기’ 봉사
·컴투스가 코로나19 발생 이후 잠정 중단해 온 임직원 참여 정기 봉사활동을 재개했다. 아직 대면 활동이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물리적 거리를 유지한 채 따뜻한 온정의 손길을 나눌 수 있도록 이번에는 ‘비대면 봉사 프로그램’으로 준비했다.
비대면 봉사 프로그램, 시각 장애 아동들을 위한 ‘점자책’ 만들기
이번 활동은 시각 장애 아동들을 위한 학습교구를 제작하는 것이다. 점자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시각장애 아동들에게 보이지 않은 세상에 대한 지식을 쌓고, 창의력을 함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뜻깊은 활동이다.
시각 장애인들의 경우, 점자를 읽는 것만으로도 취업률이 2배 이상 높아진다고 한다. 하지만, 일부 가정에선 경제적 여건상 점자를 통한 교육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하여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만들어 보았다.
·컴투스의 봉사활동은 임직원뿐만 아니라 임직원의 가족도 참여할 수 있고, 필요할 경우 봉사활동 시간 인증도 신청할 수 있다. 실제로 이 봉사활동에 대한 인기가 높아서 모집을 조기 마감한 것은 물론, 추가 수량을 확보하는데 즐거운 진땀을 빼기도 했다고 한다.
멀게만 느껴지던 점자를 처음으로 알아간 시간
기자는 컴투스플레이어 중 한 명으로서 휴대용 점자인쇄기 볼로기로 점자 동화책을 만들어 보는 좋은 기회를 얻게 됐다. 사실 살면서 ‘점자’라는 ‘문자’를 접해 볼 기회는 많지 않았다. 기껏해야 엘리베이터 버튼에 새겨져 있는 올록볼록한 돌기들을 보며, 점자를 읽는 것은 참 어렵겠다는, 그런 스쳐지나가는 생각 정도를 했을 뿐이었다. 그래서 점자책을 만든다고 했을 때 잘 해낼 수 있을지 조금 걱정이 되기도 했다
간편한 점자 인쇄기 ‘볼로기’
소셜코어에서 개발한 ‘볼로기’는 기존 점자 학습의 어려움으로 인식되던 ‘읽는 점자’와 ‘쓰는 점자’의 차이점과 비싼 인쇄 비용을 극복하고, 작은 부피로 어디서나 간단하게 인쇄할 수 있게 했다.
사전 정보 없이 볼로기를 개봉했을 때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작고 가벼웠기 때문이다. 점자에 대한 지식이 없다는 걱정이 무색하게도, 키트에는 기본 점자표와 점자학습 가이드북, 동화책 번역용지까지 들어 있어서 기본적인 점자를 쓰는 방법을 익히기에는 충분했다. 유튜브에도 점자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 및 볼로기 사용 방법에 대한 영상이 올라와 있어 수월하게 작업을 할 수 있었다.
점자에는 쓰는 점자와 읽는 점자가 따로 있다. 기존의 점필/점자인쇄는 이 두 언어를 다 배워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볼로기는 읽는 점자 그대로 사용하면 되는 직관적인 인쇄법이라고 한다. 또한 투명한 인쇄 스티커를 활용하여 책이나 엽서 등의 지류 뿐만 아니라 컵 같은 생활용품, 필기구, 가전기구 등에도 사용이 가능하다.
볼로기로 직접 점자를 인쇄해보다
동화책번역 키트에는 점자를 처음 접하는 사람도 쉽게 인쇄할 수 있도록 점자표 종이가 동봉되어 있다. 우선 볼로기의 상판을 열고 이 점자표대로 핀을 꽂아준다. 그리고 이 위에 스티커를 얹은 후 뚜껑을 덮고 클리퍼로 밀어주면, 압력에 의해 스티커가 찍혀 나온다. 오톨도톨한 점자 스티커는 뒷 용지를 떼어서 책에다가 차례로 붙여주면 된다. 마지막으로 책의 맨 뒷표지에는 번역자인 필자의 이름을 붙여주었다.
착한 아이디어의 아름다움을 체험하다
기존의 인쇄법보다 훨씬 편리하다고는 하지만, 핀을 일일이 꽂아주는 것은 꽤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었다. 짧은 10문장 남짓 적혀 있는 어린이 동화책 한 권을 번역하는 데에도 1시간이 넘게 걸렸다. 시각장애인이 점자 언어를 배우는 데에 얼마나 많은 어려움이 있을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실제로 점자 학습에 어려움을 겪어 국내 시각장애인 중 단 5%만이 점자 언어를 구사하고 나머지는 문맹인 채로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소수자의 교육을 위한 기술인 볼로기에서 착한 아이디어의 아름다움도 느꼈다.
볼로기는 기자처럼 점자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점자를 쉽게 배울 수 있는 교구다. 인터넷에서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으니, 개인적으로 사는 것도 추천하고 싶다. 점자는 장애인만 사용하는 언어가 아니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언어라는 인식이 널리 퍼지길 기원하며 글을 마친다.
컴투스플레이어 한정연 / 그림. 컴투스플레이어 전윤정